아프리카에서 한식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게 맥도날드, 버거킹을 찾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흔한 스타벅스는 더 찾기가 어렵습니다. 오늘은 글로벌 패스트푸드 업체의 아프리카 진출 현황을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맥도날드(McDonald)
글로벌 1위의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는 114개 국가에서 4만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그중 미국에 가장 많은 매장이 있는데, 1.4만 개 정도이며, 다음으로는 중국에 5천 여 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988년 진입하여, 450개 정도의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그럼 아프리카에는 몇 개의 매장이 있을까요?
아래 지도는 맥도날드 진입국가 현황입니다. 회색으로 된 국가들이 미진입 국가들인데, 우선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 아래 아프리카 대륙을 보시면, 온통 회색입니다. 얼핏 보니, 모로코, 남아공, 그리고 이집트만 회색이 아닙니다.
관련 자료를 더 검색해 보니, 현재 아프리카에는 54개 국가가 있는데, 이중 맥도날드 진입국가는 위에서 말씀드린 3개국뿐입니다. 3개 국 매장 수는 총 623개인데, 남아공 368개 / 이집트 192개 / 모로코 63개 순입니다.
제가 주로 거주했던 아프리카 제1의 국가인 나이지리아에는 맥도날드가 없습니다. 저는 원래 맥도날드를 좋아하지 않아서 별 문제가 없었으나, 아이가 먹고 싶어 할 때 사주지 못해 안타까웠었습니다.
2018년 언론 기사를 보니, 당시 맥도날드 경영진들은 아프리카 대륙의 잠재력에 주목하여 나이지리아나, 케냐, 아이보리코스트 진입을 검토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버커킹(Burger King)
아프리카에서 버거킹 찾기도 참 어렵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 버거킹과 같은 버거를 먹으려면 Hard Rock Cafe를 가거나 고급 레스토랑을 가야 합니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개당 2만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2021년쯤, 나이지리아 수도 라고스(Lagos)에 버거킹 매장이 하나 생겼습니다. 진짜인 것 같기도 하고, 가짜인 것 같기도 하고. 방문해 보니, 레바논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라 하는데, 맛이 버거킹 맛이었습니다. 버거킹 홈페이지에 가서 확인해 보니, 공식 매장이 맞습니다.
아래 사진은 버거킹 진입국가 현황입니다. 회색 부분이 미진입 국가들인데, 아프리카 대륙은 온통 회색입니다. 그래도 맥도날드보다는 진입국가가 많아 보입니다.
2024년 4월 현재, 버거킹 매장이 있는 아프리카 국가 수는 10개입니다(모로코, 튀니지, 이집트, 지부티, 에티오피아, 케냐, 남아공, 나이지리아, 가나, 아이보리코스트). 버거킹이 있는 나라를 갈 때마다 와퍼를 사 먹으며 기뻐했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스타벅스(Starbucks)
올해 3월에 보도된 기사를 보니, 매장 수 기준으로 글로벌 2등이었던 서브웨이(Subway)가 스타벅스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레스토랑 수 1위 브랜드는 맥도날드(41,822개), 2위는 스타벅스(38,587개), 3위는 서브웨이(36,516개) 순이 되었습니다.
스타벅스 매장 수를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16,346개로 1위, 중국이 6,804개로 2위이며, 우리나라가 1,870개로 무려 3위입니다. 주변에 스타벅스가 많다 많다 했는데, 역시 많습니다. 아래 매장 수 Top 10 국가를 보시면, 10개 국가 중 6개가 아시아 국가입니다.
아프리카 국가 중 스타벅스 매장이 있는 나라는 모로코, 남아공, 이집트 그리고 튀니지입니다. 이들 4개 국가 매장 수는 130개에 불과합니다. 튀니지의 경우, 겨우 1개 매장만 있습니다.
KFC
맥도날드, 버거킹, 스타벅스 모두 아프리카 시장 공략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입니다. 다들 아프리카 시장의 잠재력은 인정하고 있지만, 불안정한 정치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 소고기 및 야채 등 식재료 공급망의 후진성, 열악한 전력 상황 등으로 인해 과감한 투자를 주저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로컬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원가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치킨을 위주로 판매하는 KFC는 어떨까요? KFC는 147개 국가에서 29,000개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맥도날드, 스타벅스, 버거킹과 달리 가장 많은 매장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 아닌 중국입니다. 1987년에 중국에 진입하여 현재 8천 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이는 미국보다 두 배나 많은 숫자입니다.
아래 KFC 진입국가 현황을 보시면, 꽤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KFC 매장을 갖고 있습니다. 무려 24개 국가나 됩니다. 소고기에 비해 닭고기가 현지조달 등이 쉬운 측면이 있고, 가격 면에서도 훨씬 더 대중적인 경쟁력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는 치킨 공화국(Chicken Republic)이다!
맥도날드, 스타벅스, 버거킹 등 미국계 체인의 아프리카 진입이 상당히 제한적인데요, 이 자리에 프랑스계 체인이나 남아공 업체들이 들어 와 있습니다.
프랑스계 체인은 에릭 케제르(Eric Kayser), 폴빵집(Paul Bakery)이 대표적인데요, 에릭 케제르는 모로코, 세네갈 등 불어권 국가 중심으로 6개 국에 진입해 있고, 폴빵집은 11개 국가에서 사업 중입니다. 나이지리아 라고스에는 2개의 에릭 케제르가 있는데요, 장사가 정말 잘 됩니다.
치킨 분야에서는 로컬 브랜드인 치킨 리퍼블릭이 KFC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브랜드인 치킨 공화국은 2004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나이지리아와 가나에서만 170개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KFC는 이 2개 국가에서 43개 매장을 갖고 있습니다.
어디든 짝퉁이 있게 마련인데, KFC를 흉내 낸 짝퉁이 있었습니다. 콩고 공화국(R.Congo) 제2의 도시인 푸엥누아(Point-Noire)에서 발견했는데요, Oncle Joe입니다. 아프리카 친구들이 언제쯤 진짜 KFC를, 버거킹을 먹어 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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