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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세네갈, 일부다처제의 이슬람 국가 / 44살의 젊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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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다카르 랠리(Dakar Rally), 지금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만, 2007년까지는 파리 개선문을 출발하여 지브롤터 해협과 사하라 사막을 건너 다카르까지, 장장 5,000Km를 달린 후 다시 파리로 되돌아 가는 죽음의 랠리였습니다.

오늘은 이 랠리의 반환점이었던 세네갈과 다카르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다카르(Dakar)는 아프리카 대륙의 서쪽 끝에 위치한 세네갈의 수도입니다. 이곳은 아프리카-유럽 무역은 물론 대서양 횡단 무역에 있어 중요한 거점입니다. 이곳에서 대서양을 건너면 남아메리카에 닿을 수 있는데, "엄마 찾아 삼만리"의 주인공 마르코도 이곳을 통해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하였습니다. 

출처 구글 맵

카사블랑카(Casablanca) 느낌의 다카르

다카르를 처음 방문하였을 때, 다른 블랙 아프리카 국가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넓고 시원하게 뻗은 고속도로, 신도시 공사가 진행 중인 드넓은 평원. 시내에 도착해 보니, 건물 등 도시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와 상당히 유사한 모습이었습니다.
 
사람만 모로코 아랍인이 아닌 흑인으로 대체된 느낌이었습니다. 카사블랑카나 다카르나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었고, 이슬람 종교와 문화가 지배적이며, 사하라 사막 및 대서양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카르 공항
가전제품 판매점이 많은 다카르 시내
다카르 시내 행정 중심지
다카르 시내 풍경
대서양 해변가에 위치한 호텔 수영장
대서양 해변
대서양 해변의 해산물 식당

 

온건 이슬람 / 일부다처제(Polygamy)의 세네갈

 

세네갈의 인구는 1,700만 명 정도이며, 이중 95%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습니다. 다카르 역시 이슬람교가 지배적인 도시인데, 양희생절인 이드 알 아드하(Eid Al-Adha, 세네갈에서는 따바스키 Tabaski라 부름) 등 명절에 시내를 다니다 보면, 양들을 모아 놓고 판매하는 곳 등이 눈에 들어 옵니다.

이것 역시 카사블랑카와 비슷한 모습으로, 카사블랑카는 대형 마트 밖에 양 우리를 설치하여 손님들이 살아 있는 양을 직접 고르고 구매할 수 있게 합니다(양을 잡는 일은 장남이 직접 하게 되어 있으나, 카사블랑카에서는 이를 대신해 주는 사람들이 따로 있었습니다. 대낮에 칼을 들고 활보하던 그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시내에서 양을 몰고 다니는 목동
희생될 🐑

세네갈은 모로코와 마찬가지로 수피즘(Sufism)의 영향을 받아 이슬람 근본주의를 지양하는 온건 이슬람 국가입니다. 따라서 두 국가를 다니다 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슬람 국가와는 다른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모로코는 유럽인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이고 해서 그런지, 주요도시마다 술집 등 다양한 유흥문화가 발달해 있을 정도입니다.
 
이슬람 국가 하면, 떠오르는 일부다처제(Polygamy)에 관해 말씀 드리면,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와 마찬가지로 세네갈도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슬람 국가 중 일부다처제가 불법인 나라는 튀르키에, 튀니지아, 알바니아 등 소수 국가들입니다. 
 

그런데 일부다처제는 세속적 욕망에 따라 자유롭게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전쟁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고, 사회를 존속시키기 위한 선한 의도로 허용되는 것이라 합니다.


이슬람 경전인 쿠란에는 결혼의 목적을 명시하고 있는데, 현재의 결혼생활을 통해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새로운 부인을 맞이할 수 있다 합니다(최대 4명의 부인을 거느릴 수 있음).

이때 현재 부인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모든 아내와 아이들을 공평하게 대해야 하고, 이들을 부양할 수 있는 충분한 재산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쿠란에서는 결혼의 목적을 4가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1) 정신적/육체적 고통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2) 인간적인 삶을 지속하는 것, 3) 동료의식과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 4) 사랑과 연민의 관계를 성장시키는 것이라 합니다.

 
여성이 결혼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경우, 다수의 남편을 거느릴 수 있을까요? 이는 허용이 안된다 합니다. 여성이 다수의 남편을 거느릴 경우, 여성이 불행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럼 여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 더 안전하고 행복한 길은 새로운 남편을 찾는 것이라 하며, 이에 여성의 이혼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상 기술한 내용은 현실 세계에서는 좀 다르게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이 일을 했던 세네갈 친구 중 한 명이 작년 말에 두 번째 결혼을 했는데요, 첫번째 결혼생활이 특별히 문제가 있거나 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관습적으로 두 번째 부인을 맞이 한 것 같은데요, 그의 아버지도 그러했다는 것 같습니다.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하는 세네갈

다카르 공항에서 시내로 가다 보면, 드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는데요, 이곳은 지금 신도시 건설이 한창인 곳입니다. 신도시 이름은 잠냐조(Diamniadio)로, 세네갈 부흥계획(Plan Senegal Emergent)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추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행정부처 이전, 제2국립대학 설립, 종합물류/지식산업센터 및 5성급 호텔 등을 유치하여 이곳을 인구 35만 명의 경제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하에 진행 중입니다. 20 여 개가 넘는 아프리카 국가를 다녀 봤는데요, 이런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곳은 세네갈이 유일합니다.   
 
현장에 가 보니, 대부분은 나대지 상태이나 UN 빌딩, 스포츠 경기장 등 몇몇 건물은 이미 준공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건물의 외관이 아프리카에 어울리지 않게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입니다. 아프리카가 아닌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향후 이곳에 국립 암센터 건물도 들어설 예정인데요, 이 프로젝트는 우리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우리 기업들이 설계 및 시공 등을 주도하는 사업입니다.

세네갈 외에 아이보리코스트 등에서도 EDCF를 활용한 아프리카 원조 및 우리나라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아프리카 정책은 좀더 중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반성하고 교훈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UN House, 세네갈에 흩어져 있는 34개의 UN 관련 Agency들을 이곳에 집결시킬 계획이라 합니다.

 

세네갈 Stadium
건설 중인 잠냐조 신도시와 종합체육관 Dakar Arena
Dakar Arena와 개발 중인 주변의 모습
다카르 국립 암센터 조감도

44살의 최연소 신임 대통령, 개혁과 민생 이슈 해결을 약속하다

잠냐조 신도시 프로젝트는 12년간 집권한 전임 대통령 Macky Sall이 추진한 사업인데, 올해 3월 집권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함에 따라, 향후 진행방향이나 속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프리카 최연소 대통령이 된 파이에(Bassirou Diomaye Faye)는 전임 대통령의 탄압에 맞서 투옥 되었다가, 대선을 불과 2주 정도 남겨 둔 시점에 석방되어 극적으로 대통령이 되었으며, 세네갈의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변화와 부패척결, 공정한 부의 분배 및 석유/가스 회사의 개혁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잠냐조 프로젝트도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전임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12년 동안 세네갈은 잠냐조 신도시 프로젝트와 같은 인프라 투자를 통해 연평균 5% 이상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지속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프라 투자 위주의 경제성장은 절대 다수의 국민이 필요로 하는 더 시급하고 중요한 고용확대, 소득증가 등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였습니다.
 
세네갈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젊은 나라입니다. 세네갈 국민의 평균연령은 20세 미만이며, 그중 24세 미만의 청년 인구비중은 60%나 됩니다. 그런데 이들 청년들이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있으며, 인구의 절반이 빈곤선(Poverty Line)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세네갈은 우리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인데, 쌀 자급자족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반면, 기득권층은 부정부패 등으로 부를 축적해 온 모습이라, 젊은층들은 신임 대통령을 그들과 동일시하며 지지하고 개혁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쿠데타와 민주주의의 퇴행이 잦은 아프리카에서 세네갈은 그간 모범적이고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외국자본에 개방적인 국가로 평가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국민들의 경제적 빈곤과 고통이 심화되었던 만큼, 신임 대통령이 슬기롭게 이를 잘 해결해 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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