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네갈에 있는 노예의 섬, 고레 섬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세네갈은 서아프리카에 위치해 있는 나라로, 흑인 무슬림들의 국가입니다. 1,700만 명의 인구 중, 95%가 이슬람교도입니다. 세네갈에 가 보기 전까지, 세네갈에 대해 아는 거라곤 죽음의 랠리인 다카르 랠리(Dakar Rally)가 펼쳐진 곳, 가끔 우리와 축구 경기하던 나라, 동원참치 공장이 있는 나라 정도였습니다.
세네갈의 수도인 다카르에 방문하면서 고레 섬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요, 이곳을 돌아보면서 흑인 노예들이 겪었을 고통에 마음이 아팠고, 인간이 존엄하다 하지만 그 존엄성과 자유를 누리며 사는 인간이 얼마나 되는 건지, 인간의 불평등과 고통은 불가피한 것인 건지 등을 생각하며 마음이 어지러웠습니다.
이런 저의 심란함과 상관없이 고래 섬의 하늘과 꽃, 바다는 무심하게 아름다웠습니다. 노예들이 고통에 신음하던 그때도 자연은 아름다웠을 겁니다.
노예 수용소, 고레 섬(Island of Goree)
고레 섬은 다카르 해안에서 3.5Km 정도 떨어진 작은 섬으로(길이 900m, 폭 300m), 197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곳은 15~19세기 동안 아프리카 최대의 노예무역 중심지였으며, 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프랑스의 연속된 통치를 받았습니다.
유럽 노예상들은 서아프리카 이곳저곳에서 붙잡아 온 노예들을 이곳에 모아 가두고, 배에 실어 북아메리카는 물론 카리브해, 브라질 등으로 팔아넘겼다 합니다. 이렇게 해서 팔려 나간 노예의 수가 무려 2천만 명이나 된다 합니다.
돌아올 수 없는 땅, 고레 섬
고레 섬에는 착취한 자와 착취당한 자의 흔적이 함께 존재합니다. 흑인 노예들을 짐승처럼 쇠사슬에 매어 가두었던 노예의 집이 존재하고, 그 반대 편에는 이들을 착취한 유럽 노예상들의 우아한 주택이 존재합니다.
이곳에는 "돌아올 수 없는 문"(The door of no return)이 존재하는데, 이 문은 대서양을 향해 뚫려 있으며, 노예들은 이곳을 통해 노예선으로 옮겨졌습니다. 이 문을 통과한 노예들은 이동 중 배 위에서 죽어 바다에 버려지거나, 현지에 도착하여 노예로 살다 죽음으로써 다시는 고향 땅에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 후손들이 고레 섬을 방문하여 조상들의 원혼을 달래주고 있습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 빌 클린턴 대통령, 그리고 오마바 대통령도 이곳을 방문하였습니다.
무심하게 아름다운 고레 섬
노예들의 고통과 죽음, 절규에도 당시 자연은 아름다웠던 것 같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시기는 꽃이 피는 시기라 그랬는지, 더 아름다웠습니다. 500년이 넘는다는 바오밥 나무도 있었고, 붉디붉은 불꽃나무인 봉황목이 유난히 붉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하늘에는 수많은 독수리들이 자유를 만끽하며 날갯짓 없이 무심히 날고 있었습니다. 죽어서야 비로소 자유를 얻을 수 있었던 노예들의 영혼은 아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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