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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아프리카에서 만난 중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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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프리카에서 만나 본 중국, 일본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아프리카에도 많은 중국인 


중국 사천성 성도를 통해 에티오피아에 입국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정말 많은 중국인들이 타더군요. 사람도 많고, 짐도 많고 공항이 북적북적, 시끌시끌했습니다. 행색을 보아하니 일반 여행객들은 아닌 것 같고, 현지에서 장사를 하거나 건설 노동자로 일하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중국 성도 공항에서 에티오피아 가는 비행기 체크인 장면

최근 몇 년간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중국인들을 자주 접하였습니다. 중국 정부가 오랜 기간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와 지배력을 강화해 왔고,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중국인들, 특히 건설 노동자들이 아프리카에 대거 들어왔습니다.

중국인들은 그들의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 식당과 마트, 호텔 등 차이나 타운을 만들었는데, 일부 국가에서는 특정 지역에 콘크리트 펜스까지 두르면서 그들만의 성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그 성 안에는 주거공간은 물론 식당, 마사지 샵, 카지노 등 웬만한 시설이 다 갖추어져 있습니다.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은 대략 100만 명 정도라 하는데, 이들은 남아공을 비롯한 에티오피아, 케냐 등 주로 아프리카 남동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반중정서가 높아지는 가운데,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한때 상당 수의 중국인들이 아프리카를 떠났지만, 코로나 이후 복귀하는 중국인들이 다시 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우리 재외동포 수는 만 명에 불과합니다. 이중, 절반가량이 남아공에 거주하며, 케냐에 천 명, 우간다에 600여 명 순으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가장 적은 수의 재외동포가 살고 있는 나라는 콩고 공화국으로 2명입니다. 


중국인들이 많아지면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습니다. 좋은 점을 이야기하자면, 참기름/오이 등 우리에게 맞는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 사람이 많이 살다 보니, 이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 마트가 존재하는데, 여기에서 우리에게 맞는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에 있는 중국 마트의 경우, 오이/고추 등은 현지에서 직접 재배까지 하였습니다.

규모가 큰 중국 마트
주택을 빌려 중국에서 수입한 식료품과 현지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파는 중국 마트(나이지리아)

 
좋은 점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하자면, 한식당이 귀한 아프리카에서 중국 식당은 좋은 대안이 됩니다. 서양식 퓨전 음식에 지친 속을 중국식 샤브샤브인 후워꾸어(火锅) 등을 먹으며 달랠 수 있어 좋습니다.

한 가지 아쉽고 부러운 점은, 우리 한식당에 비해 중국 식당들은 대체로 전망이 좋은 곳에, 나름 고급스럽게 꾸며 놓았다는 점입니다. 비단 중국 식당뿐만 아니라 레바논, 인도 식당들도 투자를 많이 해서 현지 부자들이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도 중국인들이 한식당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문제는 그 맛과 품격이 제대로 된 한식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한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 줄 것 같아 걱정을 했는데요, 현지 흑인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맛이 있다 하니 아직은 다행입니다. 

 

나이지리아 오리엔탈 호텔 내에 있는 중국 식당
나이지리아 석호(Lagoon)를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중국 식당
나이지리아에 있는 중국 식당 Pearl Garden
대서양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세네갈의 중국 식당
가나에 있는 북경반점. 중국식 조형미를 느낄 수 있는 식당으로 우리의 짜장면 등을 맛볼 수 있습니다(한국 손님이 자주 오다 보니...)
나이지리아에서 즐길 수 있는 중국식 샤브샤브

 

 

일본인은 보이지 않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본 자동차 


아프리카에는 일본인들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일본인들은 기본적으로 해외 거주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는데, 아프리카는 오지다 보니 더더욱 일본인들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에 6년 동안 거주하면서, 일본인은 딱 한번 만났었습니다.
 
이외는 일본인들의 존재를 거의 찾을 수 없었는데요,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에서는 일본어 간판이 붙어 있는 일본 여행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은 모로코 사람들인데요, 이야기를 들어 보면, 프랑스나 스페인 등의 유럽을 여행하는 김에 모로코까지 들르는 일본인들이 꽤 있다 합니다.
 
스페인에서 모로코는 아주 가깝고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또 모로코는 아랍문화권이면서도 안전하고 자유롭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찾아 오는 것 같습니다. 스페인의 항구 도시 타리파(Tarifa)에서 50분 정도 배를 타고 지브롤터(Gibraltar)를 건너면 바로 모로코 탕헤르(Tanger)가 나옵니다.

모로코 탕헤르에서 배에 차를 싣고 스페인으로 올 수 있습니다. 배에 싣고 온 차를 타고 스페인으로 넘어가는 모습


이 도시는 중세 시대의 유명한 탐험가인 이븐 바투타의 고향이자 무덤이 있는 곳이며, 많은 모로코인들이 탕헤르 해변 언덕에서 반대편 스페인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고, 유럽으로의 이민을 꿈꾸는 곳입니다. 탕헤르에서 차를 타고 4~5시간 정도 가면, 영화와 팝송으로 잘 알려져 있는 "카사블랑카"(Casablanca)라는 도시가 나옵니다.
 
카사블랑카는 "하얀 집"이라는 뜻인데, 이름대로 집들의 색깔이 대부분 하얀 색입니다.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의 경제수도로 상업이 발달한 도시입니다.

카사블랑카 시내
카사블랑카 시내. 도시 컬러가 하얀 색입니다.
카사블랑카의 명소, 등대. 주위에 고급식당 등이 있습니다.

관광지로서는 큰 매력이 있지는 않은데, 영화 카사블랑카를 활용한 식당 등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릭스 카페(Rick's Cafe)입니다. 이곳이 영화에 나오는, 영화 촬영지인 줄 알고 들르는 사람이 많은데, 이 영화는 모든 장면을 할리우드에서 찍었다 합니다...
 
그럼 제가 일본인을 만난 곳은 어디일까요? 카사블랑카가 아닙니다. 이보다 훨씬 더 열악한 블랙 아프리카의 세네갈에서 일본인을 만났습니다.

모로코의 남쪽인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을 블랙 아프리카라고 하는데요, 말 그대로 이 지역은 흑인들이 거주하는 곳입니다. 모로코 등 사하라 사막 이북 지역은 아랍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아랍 문화권입니다. 
 
이 일본 친구는 20대 젊은 친구인데, 새로운 걸 찾아서 부부가 함께 세네갈에 왔습니다. 본인이 직접 주방에서 일본 라멘 등 일본 음식을 만들어 팔았고, 식당 옆에는 작은 소품가게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세네갈에서 번화한 곳이 아닙니다. 비포장 도로가 있고, 그 도로에는 여전히 마차가 다니는 곳입니다. '세상도 넓고, 다양한 사람도 많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일본 식당(Wagokoro)이 있는 세네갈 거리 풍경
세네갈 다카르에 있는 일본 식당, Wagokoro

 

 
그런데 일본인들은 안 보이지만, 아프리카 여기저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본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 자동차입니다.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들이 남아공, 나이지리아 등 주요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로가 엉망인 나이지리아와 같은 곳에서는 일본 SUV 자동차들이 많은데, 도요타의 랜드크루저는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모델입니다.

자동차 외에 일본 식당들도 눈에 들어오는데, 일본인이 아닌 현지인들이 투자한 식당들입니다. 일본 식당은 부자 동네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가격도 비쌉니다. 

가나(Ghana)의 수도 아크라(Acra)에 있는 고급 아파트 빌라지오(Villaggio)와 그 옆의 일식당 Santoku

 
그간 중국은 정부가 주도하여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해 왔고, 일본은 자동차 업체 등 민간기업들이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온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들 국가들에 비해 부족한 모습인데요, 최근 현대/기아 자동차가 눈에 띄게 많아지는 등 변화가 느껴집니다.

중국, 일본 기업 대비 우리가 갖고 있는 강점은 한국인을 아프리카에 파견하여 "현지화"를 강하게 추진하는 모습입니다. 잦은 쿠데타, 환율 등 경제 불안정, 말라리아 등의 치명적인 풍토병 등을 생각하면 아프리카의 미래는 밝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기에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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