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생활하면서, 30개 정도의 국가를 다녀 보았습니다. 한 두번 방문한 나라도 있었고, 몇 차례 들락날락한 국가도 있었습니다. 어떤 나라를 가든, 현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게 저의 기본 생각이었습니다만, 아프리카에서는 그러기 힘들었습니다.
저와 같이 일을 했던 파트너들이 레바논, 인도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은 현지 음식을 먹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자기들 음식을 선호했고, 무엇보다 손님에게 내놓을 만한 아프리카 음식이나 식당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만나면 레바논이나 인도 음식, 아니면 서양 퓨전 요리를 먹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의 우리 한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안타깝게도 한식을 먹을 기회가 상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한식당이 없는 나라가 대부분이었고, 영업 중인 한식당들은 규모나 시설이 영세한 모습이었습니다.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한국인 수가 적고, 한식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보니 큰 돈을 투자하기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최근 한류열풍으로 인해 이곳 아프리카에서도 K-POP, 드라마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한식을 찾는 현지인들도 늘고 있는데요, 한편으론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됩니다. '한국 음식과 식당은 프리미엄이 아닌 것 같다, 음식 맛이 기대했던 것 대비 떨어진다' 등의 부정적 인식을 갖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말이죠.
다행스럽게도, 한식을 맛 본 현지인들은 다들 한식 맛을 칭찬했습니다. 나이지리아 친구들은 '제대로 된 한식당 하나 오픈해라'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아프리카 제1의 경제대국이라 할 수 있는 나이지리아에는 아직 정통 한식당이 없기 때문에,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지리아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식당을 열면 대박날 것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나이지리아 교민들 중에도 한식 사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만, 선뜻 나서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중국인이 한식당을 운영하는 나이지리아
그런데 이러한 기회를 중국인이 파고 들어 호황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중국인들이 건설하고, 중국인들이 자주 찾는 오리엔탈 호텔 1층에 한식당을 오픈한 것입니다. 외양은 한식당처럼 꾸며 놓았지만, 고기의 질도 떨어지고, 음식 맛도 정통 한식 맛이 아닙니다. 주방장이 조선족 동포입니다. 현지인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이곳이 한식당이고, 자기들이 정통 한식을 먹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우리의 비빔밥이 기내식으로 붐을 일으키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때 에어 프랑스가 대한항공을 모방하여 비빔밥을 내놓았었는데, 그 수준이 정말 별로였습니다. 비빔밥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이 크게 실망할 것 같았습니다. 이에 프랑스인 사무장을 불러, 개선을 요청한 적도 있었습니다....
에어 프랑스 기내에서 했던 걱정을 다시 아프리카에서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한식당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다들 열심히 하시고, 내 놓는 음식들도 다 맛이 있었습니다. 코트디부아르에는 식재료까지 현지에서 재배하는 한국 식당도 있었습니다. 이 분들이 빨리 큰 돈을 버셔서 고급 한식당을 열었으면 합니다.
정부에서도 민간인이 큰 돈을 투자하기 어려운 아프리카에 더 많은 지원을 했으면 합니다. 부산 엑스포 유치 때처럼, 닥쳐서야 뭐 하는 것처럼 하지 말고 미리미리, 장기적인 안목에서 아프리카 정책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가나/코트디부아르의 한식당
이곳은 우리나라 원양어업의 주요 거점이다 보니 한국인들이 꽤 진출해 있습니다. 이곳의 재외동포 수를 보면, '23년 기준 가나에 445명, 코트디부아르에 171명으로 상주하는 분들은 많지 않지만, 출장 등으로 이곳을 드나드는 분들은 꽤 많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식당이 가나, 코트디부아르에 각각 2개 이상 존재합니다.
세네갈의 한식당
민주 콩고 공화국(DRC)의 한식당
부르키나파소의 한식당
카메룬의 한식당
시에라리온의 한식당
이집트의 한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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