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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아프리카 환율 폭등과 세파 프랑(C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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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생활해 보니, 환율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환율 변동 폭이 크기 때문인데요,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가 재정적자와 외환보유고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경제 펀더멘탈이 아주 취약하다 보니 작은 외부 충격에도 큰 타격을 받는 모습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 달러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었습니다...

 
환율이 폭등하면 무엇보다 수입물가가 폭등하게 되고 서민들이 고통을 받게 됩니다. 수입업자들은 달러를 구하지 못해 자재나 완제품을 수입하지 못하게 되고, 달러를 들여와 주택 등 자산을 구입한 외국인들은 자산가치가 폭락하여 팔고 싶어도 제때 팔 수가 없게 됩니다.

제가 아는 한국인 중 한 분도 이젠 한국으로  복귀하고자 하나, 환율로 발이 묶여 있습니다. 젊었을 때 아프리카에 와서 고생을 하며 성취한 자산가치가 환율 폭등으로 엉망이 되어 투자금도 건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환율 불안정과 폭등에 따른 고통은 자체 화폐를 쓰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겪고 있는데요, 작년과 올해 급격히 악화된 가나, 나이지리아, 이집트 등은 IMF 구제금융을 받았거나 협상 중인 상황입니다.

반면 유로화에 고정된 세파 프랑(CFA)을 쓰는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환율 변동폭이 작은 상황입니다. 

아프리카 국가 중에는 자국 화폐가 아닌 유로를 쓰는 국가도 있으며, 세파 프랑을 쓰는 국가들(14개 국가), 달러를 통용하는 국가들도 있습니다.

 
'21년 2월과 현재 환율을 비교해 보니, 우리 원화와 유로는 각각 20%와 12% 상승한 반면, 이집트 파운드화와 가나 세디는 100% 넘게 폭등했으며, 나이지리아는 무려 260%나 폭등했습니다. 반면, 세파 프랑은 12% 상승했습니다.

이집트는 곧 50% 가량 추가 인상될 것 같습니다.

통화 `21.2월 `24.2월 등락률
한국 원화 1,100 1,329 20%
유로 0.82 0.92 12%↑
세파프랑
(XOF)
541  608 12%↑
이집트
파운드
15 30 100%↑
가나 세디 5.8 12.4 114%↑
나이지리아 410 1,452 260%↑

나이지리아 환율 폭등

세파 프랑(CFA)

비교적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세파 프랑에 대해 알아보면, 세파 프랑은 프랑스 식민의 잔재로, 아프리카에 대한 프랑스의 수탈을 이어가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세파 프랑의 최초 명칭인 ‘아프리카 프랑스 식민지 프랑(FCFA: Franc des Colonies Françaises d'Afrique)’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파 프랑은 식민의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명칭이었습니다.

비록 세파 프랑의 사용과 프랑스의 개입이 사용 국가들의 재정적 안정을 가져온 측면은 있으나, 이는 프랑스가 의도한 첫 번째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세파 프랑의 탄생은 1945년으로, 프랑스는 식민지들을 다시 프랑스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프랑스 화폐에 고정연동되는 세파 프랑을 도입하게 됩니다(이후 세파 프랑은 유로에 고정되었으며, 1유로 = 655.957).

현재 세파 프랑은 서아프리카 8개국(베냉, 기니비사우, 부르키나파소, 코트디부아르, 말리, 니제르, 세네갈, 토고)과 중앙아프리카 6개국(카메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가봉, 적도기니, 차드)에서 사용 중입니다.

기니비사우와 적도기니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프랑스 식민지였습니다(기니비사우는 포르투갈의 최초 해외 식민지였으며, 적도기니는 스페인의 식민지였음). 

 
서아프리카에서 사용 중인 세파 프랑은 XOF라 하며, 세네갈에 위치한 서아프리카 중앙은행(BECAO)에서 발행 중이고, 중앙아프리카에서 사용 중인 XAF는 카메룬에 위치한 중앙아프리카 은행(BEAC)에서 발행 중입니다.

1999년 개혁 전까지 이들은 외환보유고의 50%를 프랑스 재무부에 예치해야 했었습니다. 또한 주요 재정정책 과정에 프랑스가 참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세파 프랑 사용국가

 
세파 프랑과 프랑스에 대한 반발이 고조되는 가운데, 1999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알라산 와타라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은 코트디부아르의 경제수도인 아비장(Abidjan)에서 세파 프랑을 종식시키고, 새로운 화폐인 "에코(Eco)"를 도입하기로 합의하게 됩니다.

아울러 그간 외환보유액의 50%를 프랑스 재무부에 Deposit 하는 규정을 없앴으며, 아프리카의 재정정책 결정과정에 프랑스가 개입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한편, 이때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식민지배는 "중대한 잘못"이라는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도 마크롱은 과거 식민지배에 대해 사과를 이어갔지만, 그 진정성은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프랑스에 의한 수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아프리카인들의 생각이며, 반프랑스 정서가 고조되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는 프랑스 군대가 철수한 상태입니다. 

Eco,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의 화폐

당초 Eco는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WAS)의 단일화폐로 사용될 예정이었으나, 회원국인 코트디부아르 등이 세파 프랑 대신 사용하기로 한 데 대해 ECOWAS의 리딩 국가인 나이지리아 등이 크게 반발하는 상황입니다.

이들은 ECOWAS의 독자적인 화폐와 재정정책을 주장하는데, 세파 프랑을 대신하게 될 Eco는 여전히 유로에 고정되어 있으며, 프랑스의 개입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외에도 ECOWAS 국가 간의 경제력 격차가 크고, 잦은 쿠데타 발생, 국가 간 이해관계 충돌로 경제공동체 자체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단일화폐인 Eco의 도입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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