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에, 나이지리아의 경제상황 악화와 이에 따른 사회불안에 관해 말씀드렸었는데요,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 같습니다.
2024.02.23 - [아프리카] - [나이지리아] 환율 폭등, 총기 사고
환율의 경우, 올해 초 2배 가량 폭등한 후 잠시 안정되는 듯하더니 다시 급등하고 있으며, 휘발유와 전기세는 보조금 철폐 이후 지속 상승 중인데, 최근 1년 새 무려 서너 배 가량 인상되었습니다. 휘발유는 작년 초 리터당 150 나이라(Naira)에서 630으로, 전기세는 kw당 63 나이라에서 225 나이라로 폭등한 상황입니다.
물가인상과 함께 국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건 제때, 필요한 만큼 구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휘발유의 경우, 주유를 하기 위해 새벽부터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지리아는 세계 15위 수준의 산유국입니다. 그많은 석유는 다 어디로 가고....정제시설이 미흡한 것도 문제지만, 석유를 빼돌리는 자들이 많다 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국민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각종 물가는 폭등하고, 임금은 쥐꼬리만하고, 그 쥐꼬리만한 임금조차 벌 기회가 없는데, 권력자들은 부정부패로 자기들 배만 불리는 상황이라 각종 시위 및 약탈 등의 사회혼란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친구들이 납치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말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와 아주 가깝게 지냈던 레바논 친구 세 명이 한꺼번에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되었다는 겁니다. 그것도 백주대낮에, 라고스 시내 가장 번화한 곳에서 말입니다.
이 친구들은 80년대부터 라고스에서 식료품 등 유통사업을 시작했고, 대를 이어 사업을 하면서 나이지리아를 잘 알고 있고, 각종 리스크에 대한 대처를 잘해 왔던 친구들입니다.
이번 납치 사건이 벌어진 곳은 라고스 시의 핵심 중 하나인 팔로모 대교(Falomo Bridge) 근방입니다. 팔로모 대교는 라고스 섬과 빅토리아 섬을 연결하는 대교인데, 이 두 개의 섬이 라고스 시의 상업 중심지이며, 가장 발달된 곳입니다.
그간의 납치 사건은 대개 시 외곽이나 낙후된 곳에서 발생했었는데, 이번 사건은 대낮 도심에서 벌어졌기에 충격적이며, 경제불안 심화에 따라 이런 종류의 사건, 특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가 더욱 늘어날 리스크가 큽니다.
위험한 나이지리아, 그래도 한반도를 더 걱정함...
그간 언론을 통해 알려진 대로 나이지리아는 위험한 나라입니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가 테러, 쿠데타 등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인데요, 나이지리아의 경우 바다에는 해적이, 내륙 북쪽에는 무장깡패 보코하람(Bokoharam)이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습니다.
시내외, 특히 시 외곽에서는 이런저런 폭력 및 갈취 행위 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교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전에는 시 외곽으로 놀러 나가기도 했으나 지금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합니다. 최근에는 방탄 차량이나 사설 경호원을 이용하는 분들도 생겨났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못 살 정도는 아닙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선량하기 때문에 외출이나 야외활동에 큰 지장이 있는 건 아닙니다. 사람이 밀집한 재래시장 나들이를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한반도가 더 위험하지 않아요?
그래도 지금은 조심해야 할 때임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납치, 폭행 등의 사건이 크게 증가할 우려가 큽니다. 최근 사례를 더 말씀드리면, 지난 6월 14일 은행에서 나오는 러시아 여성이 총상을 입고 현금을 탈취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다음 날에는 무장강도들이 총기를 발사하여 경비원이 총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작년 말에는 대우건설 소속의 한국인 2명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17일 만에야 석방되었습니다. 당분간은 경제상황이 더 악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출장이나 여행차 방문하시는 분들은 조심 또 조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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