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카메룬에서 보석을 찾는 제 인도인 친구를 소개해 드린다 했었는데요, 이 친구는 이미 큰 보석을 찾았고, 지금은 더 큰 보석을 찾기 위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본인 말로는 납세규모가 카메룬에서 3위 안에 든다 합니다.
카메룬에서 태어나다.
저와 나이가 같은 친구인데, 똑똑하고 반듯하게 생긴 데다 겸손한 성품을 갖고 있습니다. 외모는 다소 유약해 보이기도 합니다만, 강단 있는 친구입니다.
이 친구는 이곳 카메룬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부모님들이 6,70년대 이곳으로 건너와 사업을 일구고 정착을 했다 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성공한 인도인들 중 상당 수가 이때 아프리카로 넘어온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레바논 사람 중에도 이 당시 건너온 분들이 있는데, 그들 역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1960년을 "아프리카의 해"라 할 정도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6,70년대에 독립을 했는데, 당시 인도인들은 향후 아프리카에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한편, 영국 제국주의 시절 관리자로 일하다 영국의 자산을 접수하면서 아프리카에 남은 사람들도 꽤 많은 듯합니다.
자식들도 카메룬에서 뿌리를 내리다.
이들은 아프리카에 뿌리를 내리고 대를 이어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인도인 사업가들은 하나같이 이곳에 대대손손 정착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자식들이 미국, 영국 등에서 유학을 끝내면 불러들여 같이 사업을 합니다. 제 친구도 미국에서 유학한 아들과 같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만족해하는 모습입니다.
제 입장에서 보면, 아프리카는 그저 오지이나 그들에겐 이곳이 고향이고 삶의 터전입니다.
작년에 이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인도에 간다는 연락을 해 왔었는데, 이번이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하는 것이랍니다. 인도인이지만 지난 몇 십 년 간 한 번도 인도에 가 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뿌리를 내리며, 아프리카인으로 동화되어야만 거칠고 험한, 변화무쌍한 아프리카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환율만 갖고 말씀드리면, 환율이 너무나 불안정하고 급등하는 아프리카에서 단기투자는 실패할 확률이 큽니다.
제가 아는 한국인 중에, 나이지리아에서 건물을 지어 임대업을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이 꽤 오래전에 투자했고, 이제는 한국으로 복귀하려 하는데 건물을 처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자했던 때 대비 환율이 네 다섯 배 폭등하여 엄청난 손실을 입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도인들처럼 계속 이곳에 거주한다면 문제가 덜하겠지만, 이 분은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자 하니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힘들어도 미래를 믿고 투자!
제 친구는 카메룬에서 한국 가전제품 유통업도 하고, 스파(Spar) 슈퍼마켓 사업도 하고, 아이스크림 체인점 등 다양한 유통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쿠키 제조업도 하고 있는데, 이는 카메룬뿐만 아니라 나이지리아 등에서도 사업 중입니다.
그런데 가전 유통사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합니다. 중국 업체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입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저가 가전시장은 이미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상태이고, 프리미엄 시장까지 중국 업체들이 넘보고 있다 합니다.
여기에 중국 가전업체가 생산한 제품에 자기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현지업체, 두바이 등에서 밀수하는 업체와도 치열한 가격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가 일본 가전업체를 몰아냈었는데, 이제는 우리 가전업체와 파트너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제 친구는 멈추지 않습니다. 두알라 시내에서 가장 좋은 쇼핑몰에 한국 프리미엄 가전매장을 오픈하였으며, 수도인 야운데에도 대형 슈퍼마켓을 열고, 그 안에 가전매장을 오픈할 계획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사업하는 인도인이나 레바논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식입니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투자를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업을 하기 때문에 믿음이 있고 길게 보고 사업을 합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아프리카는 지속 성장할 것이고, 그래서 선점해야 한다."
패러다임의 전환 : 인도주의를 넘어
그간 우리는 주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아프리카를 대한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는 가난하고, 질병이 많고, 그래서 병원을 지어 주고 봉사하고 등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헌신하였고, 값진 노력의 결과 우리에 대한 아프리카의 인식은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관점을 전환하여 좀 더 비즈니스에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진행되었는데요, 만시지탄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고받을 거에 대한 확실한 전략 없이 그저 만나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요구할 것은 많아 보이는데, 우리가 받아 올 것은 잘 안 보이는 게 현실입니다.
아프리카는 젊은 나라이고, 마지막 남은 고도성장 지역이고, 전 세계 주요 광물의 30프로가 매장되어 있고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구매력이 매우 약하고 정치/경제가 크게 불안정하여 실제 접근 가능한 시장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경쟁 관점에서 보면, 중국 등에 비해 많이 늦었습니다. 중국의 경우, '06년부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FOCAC)를 매년 개최하고 있고, 각종 사회 인프라 구축 및 광물 채굴 등의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분명 기회는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전하는 개인과 기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아프리카 공략의 첨병이고 핵심입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기업과 젊은이가 도전하고, 현지에서의 Risk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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