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언론이 보도하는 내용은 Fact이거나 일반적인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론사도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인지라 현상을 균형감 있게, Fact만을 보도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부 언론사들은 현상을 조작해서 보여주거나, 한쪽 면만을 편파적으로 보여 주기도 합니다. 아프리카에 대한 보도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 20년째 살면서 우리 언론의 현지 취재를 여러 번 지원했던 교민 중 한 분이 이런 보도 행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적이 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가난하고 위험한 나라라는 기획을 하고 취재를 오는 겁니다. 그러니 현지에 와서는 이 기획에 맞는 못 살고 비위생적인 곳만을 찾아갑니다. 다른 건 안 보려 해요. 이러니 시청자들은 나이지리아는 아주 위험하다고 오해를 합니다. 실제는 다른 면도 많은데."
오늘은 서아프리카의 카메룬에 대해, 정확하게는 카메룬 최대의 도시인 두알라(Douala)에 대해 제가 본 것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본 것은 두알라의 단면, 그중에서도 도심 위주의 장면들이라 일반성은 떨어집니다. 그래도 이 역시 두알라의 모습이므로 균형감 있게 두알라를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카메룬은 어떤 나라?
우선, 주요 포털 싸이트들은 카메룬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검색해 보았습니다. 포털들이 언론은 아니지만, 대중에게 뭘 보여 줄 지를 자의로 결정할 수 있으니 언론과 동일한 속성을 지닌 매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각각의 검색창에 카메룬을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면 어떤 정보가 나올까요? 꽤 의미 있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만, 첫 화면에 나타난 3개 포털의 기본적인 Frame이나 정보의 내용이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카메룬에 대한 정보의 양 자체가 적고, 다양하지 못하다 보니 서로 비슷한 정보를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3개 포털 모두 국가 개요와 지도 등 국가정보를 화면 상단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후 주요 도시 및 관광지 사진 등이 있고, 우리 대사관에서 전달하는 내용, 카메룬 여행에 관한 정보, 뉴스 등이 나옵니다. 뉴스는 주로 축구,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 관련된 것입니다. 우리가 카메룬 정부의 행정 전산화를 지원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지난번 라이베리아 국가를 검색했을 때는 꽤 다양한 뉴스를 볼 수 있었는데, 카메룬은 뉴스 거리도 적고 내용도 평범합니다. 아프리카 뉴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외국 언론사를 직접 방문해 봐야겠습니다(라이베리아에 관한 뉴스는 아래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024.05.18 - [아프리카] - 라이베리아, 우리의 아프리카 최대 수출 대상국이 된 사연
네 마리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
카메룬은 나이지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로 인구는 대략 2,800만 명이며, 인구의 70%가 기독교를 믿고 있습니다. 국민의 70% 가량이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국가이면서 산유국이며, 보코사이트와 철광석, 그리고 다이아몬드 등의 광물자원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나무위키에 보면, 카메룬에서는 내전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카메룬은 2017년부터 내전 중입니다. 내전의 기원은 유럽 제국주의에 있는데, 4마리의 거대한 고래들(포르투갈/독일/프랑스/영국)이 카메룬의 비극에 관여되어 있습니다.
새우의 슬픈 역사
- 1472년, 카메룬을 처음 발견한 포르투갈인들의 카메룬 방문이 이루어졌으며, 그들은 우리(Wouri) 강에 새우가 풍부한 모습을 보고 '새우의 강'(Rio dos Camarões)이라는 말을 씀. 이후 새우를 뜻하는 Camarões는 영어인 Cameroon으로 바뀌었고, 국가명이 됨
- 1884년 독일이 카메룬을 점령함
-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하자, 카메룬 북서부는 영국이 장악하였고, 남부는 프랑스가 점령함
- 1954년 영국이 점령한 지역에서는 영국으로부터 자치권을 획득하여 별도의 의회와 총리를 임명함
- 1960년 프랑스령 카메룬 독립, 1961년 영국령 카메룬이 독립하면서 연방제 국가가 됨
- 1972년, 절대다수(인구의 80%)인 프랑스어 사용 세력이 연방제를 폐지함
- 연방제 폐지로 자치권을 잃게 된 옛 영국령 지역(영어 사용 지역)이 반발하였으며,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등 갈등이 본격화됨
- 2016년 10월, 영어 사용 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차별과 일방적인 통치에 맞서 시위 전개. 정부의 무력 진압 과정에서 사상자 발생
- 2017년 암바조니아 내전 발발(Ambazonia War), 영어 사용 지역은 암바조니아(Ambozonia) 국가건설을 목표로 투쟁 전개
- 내전으로 인해 현재까지 6천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70만명 이상이 피난민 신세가 됨
요약하면, 카메룬은 포르투갈에 의해 처음 발견된 후 독일 통치를 받았으며, 독일이 물러간 후에는 영국과 프랑스에 의해 분할 점령 당하였습니다. 이후 독립과 함께 물리적으로 통합국가가 되었으나 제국주의 시절 싹튼 분열이 내전으로 비화되어 분리독립 세력과 정부간 내전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카메룬 최대의 도시 두알라
내전과 함께 아프리카의 고질적 이슈인 쿠데타가 카메룬에서는 단 한 차례 발생했었습니다. 그것도 결국 실패로 끝났으며, 내전 역시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카메룬은 비교적 안정적인 국가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와의 접경지역에서는 무장 이슬람 세력인 보코하람(Bokoharam)의 테러와 반정부 집단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어 여전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다행히 제가 방문한 두알라는 남부 지역에 위치해 있는 경제도시이고, 과거 프랑스령이어서 그런지 이런 위협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두알라는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알라는 독일의 식민지배를 받았으며, 1901년에서 1906년까지는 독일령 카메룬의 수도 역할을 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물러가면서 1919년 프랑스 제국주의에 의해 점령당하였고, 독립 후에는 카메룬 최대의 도시로 발돋움하였습니다.
두알라는 카메룬을 포함한 중서부 아프리카에서 대도시로 분류되고 있습니다만, 제가 가 본 두알라는 전체적으로 낡은 느낌이었습니다. 짓다가 만 건물들이 제법 눈에 띄었고, 건물 외관은 세련된 느낌이 부족했으며, 건물 내부의 장식은 휑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성장이 멈춘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요, 구도심 외곽에는 대형 쇼핑몰 등이 새롭게 들어서 있기도 했습니다.
길가에 보석(?)이 넘치는 나라
저는 두알라를 네 차례 정도 방문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도시들처럼 두알라에서도 글로벌 호텔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Ibis 호텔이 진출해 있는 듯 하며, K Hotel이 최근 문을 열면서 글로벌 호텔과의 제휴를 추진하는 것 같습니다(K Hotel은 신축이라 깔끔하고 서비스가 체계적입니다.
오지에서 호텔을 선택할 때는 무조건 최근에 지었거나, 리모델링한 곳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로컬 호텔에 묵으면서 주위를 걸으며 구경해 보니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노점상도 있고, 과일행상도 있습니다. 낡고 비위생적인 하수구도 보이고요. 그런데 길에 뭔가 반짝이는 것이 있어 얼른 다가가 보았습니다.
거대한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인데요, 붉디 붉은 열매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모아보니 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붉은 빛이 손에 가득했습니다. 검색해 보니, Red Sandalwood(Adenanthera Pavonina) 나무인 것 같습니다. 저 붉은 열매는 보석처럼 장식용으로 쓰기도 한다는데요, 집에서 한참을 보관해도 그 색과 모양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카메룬이 내전 등으로 어수선하고,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젊은 인구, 석유를 포함한 천연자원 등을 잘 엮으면 저 보석처럼 밝게 빛나는 나라가 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다음 글에서는 카메룬에서 보석을 찾는 제 인도인 친구 등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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