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아프리카 적도 부근에 위치한 가봉(Gabon)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가봉은 "아프리카의 해"라고 불리는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하였으며, 언어와 문화가 다른 40여 개 종족이 공존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인구는 230만 명 정도이며, 이중 75% 가량이 기독교를 믿고 있습니다. 수도는 "자유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리브르빌(Liberville)입니다.
42년 넘게 통치한 것도 모자라 아들까지 대통령 시킨 오마르 봉고(Omar Bongo)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가봉보다 봉고 대통령 부자가 더 유명할 것 같습니다. 봉고 대통령 부자는 2023년 아들 알리 봉고가 쿠데타로 쫓겨날 때까지 무려 55년 넘게 가봉을 통치하였습니다.
아버지인 오마르 봉고(El Hadj Omar Bongo Ondimba)가 1967년부터 2009년 사망할 때까지 42년간 통치하였으며, 그의 사망 직후 아들인 알리 봉고(Alain Bernard Bongo)가 대통령직을 승계하였습니다. 그는 2023년 대통령 선거에서 부정투표 등을 저지르며 장기집권을 획책하다 결국 군부 쿠데타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봉고 부자(父子)보다 더 심한 이웃
봉고 부자의 장기집권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배워서 그런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집권하고 있는 독재자가 가봉의 이웃국가인 적도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Teodoro Obiang Nguema Mbasogo)입니다.
이름도 길지만, 그의 독재기간은 더 길고도 깁니다. 1979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45년째 집권 중이며, 남은 임기까지 죽지 않고 집권한다면 50년이 넘는 최악의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의 독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부정부패와 빈부격차는 더 심화되고, 이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은 더욱더 길어질 것입니다. 무능하고 나쁜 대통령은 빨리 퇴출시켜야 하는데.....
봉고 자동차의 봉고가 내 이름을 따서 지은 거다?
봉고 대통령 부자는 우리나라를 여러번 방문했었는데요, 아버지인 오마르 봉고가 2007년 방한 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합니다.
내 이름이 한국의 한 미니버스에 붙여지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국민 승합차 봉고를 염두에 둔 말인데요, 오마르 봉고는 봉고차의 봉고가 자신의 이름이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기아차는 당시 기술제휴를 맺고 있던 일본 마쓰다 자동차의 모델명을 그대로 사용하였는데, 여기에서 봉고는 아프리카의 야생 영양을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해변 청소부가 있는 리브르빌(Liberville)
가봉의 수도인 리브르빌, 아직도 3가지 정도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첫번째는 해변가의 높은 빌딩과 잘 발달되어 있는 도로이며, 두 번째는 해변 청소부의 존재입니다. 세 번째는 우리의 예전 골목과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가봉은 원유 등 천연자원이 많은 반면 인구는 적습니다. 따라서 1인당 명목 GDP가 아프리카에서 최상위권에 속합니다(인당 8,800달러 수준으로 아프리카 내 3위). 하지만 숫자는 숫자일 뿐입니다. 소수만이 부를 누리고 있으며, 인구의 3분의 1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전체 및 국가별 경제규모에 관해서는 아래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024.03.21 - [아프리카] - 아프리카의 경제규모
리브르빌에 도착한 후 해변도로를 따라 시내로 진입하면서 보니, 도로가 잘 포장되어 있었으며, 꽤 괜찮은 빌딩들이 주욱 늘어서 있었습니다.코트디부아르나 앙골라처럼 꽤 잘 살았던 국가들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해변가에는 아프리카에서 보기 힘든 글로벌 체인 호텔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길 하나만 건너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아주 깨끗한 해변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럽 관광객들이 꽤 눈에 띄었습니다. 이 모습은 세네갈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두 국가 모두 프랑스의 식민지였습니다.
그런데 해변이 상당히 깨끗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길 거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청소부가 가봉에서는 해변에 있었습니다! 다른 국가들과 달리 가봉은 해변을 가꾸는 데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아프리카의 대서양 해변은 자연적인 아름다움은 있습니다만, 개발과 유지보수가 덜 되어 있다 보니 전반적으로 깨끗하지 않습니다. 리조트 등 휴양시설이 들어서 있는 세네갈 등은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만, 제가 본 리브르빌 해변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도심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소화도 시킬겸 식당 주변의 주택가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마치 우리나라의 한적한 골목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슴푸레한 가로등, 시멘트 벽돌로 된 얕은 담장 등이 정겹고 포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의 새마을 운동을 배우고 실천하다 보니 우리와 비슷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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