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우유를 마시기 힘든 아프리카

2년 전 아프리카의 슈퍼마켓에서 찍었던 우유 사진입니다. 큰 글씨로 699라는 가격이 쓰여 있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UHT라는 영어가 적혀 있습니다. UHT는 Ultra Heat Treatment, 또는 Ultra High Temperature의 약자인데요, 130도가 넘는 초고온에서 살균처리한 우유라는 의미입니다.

멸균우유

 
 
그런데 우리가 주로 먹는 생우유가 아닙니다. 멸균우유입니다. 맛도 좀 이상한 것 같고, 방부제를 넣었는지 유통기한도 엄청 긴 그 우유입니다. 우유를 좋아하다 보니, 이거라도 마셔야 해서 멸균우유에 대해 공부해 보았습니다.
 

한 마디로 영양 등에 있어 생우유와 큰 차이가 없고, 방부제를 넣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생우유 vs. 멸균우유]
- 살균처리 온도 : 생우유 130~135도에서 최대 3초간 살균 vs. 멸균우유 150도에서 2~5초간 멸균 처리
- 유통기한 : 생우유 11~14일 vs. 멸균우유 1년(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멸균우유 기준)
- 보관 온도 : 생우유 냉장보관 vs. 멸균우유 실온보관(개봉 후에는 냉장보관 필요)
- 영양소 : 단백질/지방 등 주영양소는 거의 차이가 없음. 다만, 열에 약한 비타민 등은 멸균우유에는 존재하지 않음

 

생우유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따기인 아프리카

아무리 영양소에 있어 차이가 없어도, 생우유의 신선한 맛을 잊을 수 없어 생우유가 있는지 계속 찾아보았습니다. 아프리카에 오고 나서 1년간 시내에 있는 좋은 쇼핑센터나 대형 마트 등을 다 뒤졌습니다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주위 흑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잘 모른다고 합니다. 멸균우유도 먹기 어려워 우유분말을 물에 타 마시는 친구들이니 알 턱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자들에게 물어보았더니, 파는 데를 가르쳐 줍니다. 그 큰 시내에 하나뿐인 수입품 매장이었습니다. 과일, 야채, 육류 등 모든 것을 유럽 등 선진국에서 수입해 파는 곳인데, 당연히 가격이 장난 아닙니다^^.
 
이 생우유는 유럽에서 공수해 오는 건데, 1리터짜리 한 병에 우리 돈으로 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또한 아무 때나 구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아프리카는 운송, 통관 등 SCM(Supply Chain Management)이 미흡하다 보니 매장에 재고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럽에서 수입하는 생우유

좀 더 저렴하고, 매일 마실 수 있는 생우유를 찾고 싶어서 또 뒤져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척박한 아프리카지만, 뒤지니까 또 나오긴 합니다. 그냥 겉만 보면서, 아프리카에 실망할 건 아닌가 봅니다.

이 생우유는 파스퇴르 공법의 저온살균 제품이라는데, 농도가 다소 연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일반매장에서 수시로 구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습니다. 1주일에 한번, 일정량을 주문하고, 배달을 받아야 마실 수 있었는데, 배달이 안 되는 때도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입품이 아니라 그런지 가격이 아주 착했습니다. 우리나라 생우유보다 저렴했고, 가성비가 뛰어났기에 애용했습니다.

파스퇴르 공법의 생우유

 

태어나 처음 마셔 본 생우유, 이젠 우유 가루도 먹기 힘들어요....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생우유를 주었더니, 처음 먹어 본다 했습니다. 멸균우유도 마시기 어려워, 우유 가루를 물에 타 마시는 처지라 생우유가 얼마나 맛있었을까요? 이후 가끔 생우유를 사주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환율이 폭등하고 수입물가를 비롯한 물가가 치솟다 보니, 저 멸균우유 가격이 세 배나 폭등했습니다. 2년 전 699였던 가격이 지금은 2,000을 넘어선 상황입니다. 우유뿐만 아니라 모든 물가가 다 폭등해 버렸습니다. 생우유는 고사하고, 멸균 우유도 먹기 어려워졌습니다. 당연히 우유 가루 가격도 올랐을 거고요. 서민들은 마실 우유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우유 값이 많이 오르다 보니, 최근 멸균우유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합니다. '23년 10월 우유 소비자 물가지수가 '22년보다 14.3%나 올랐다 하는데, 이는 '09년 8월 이후 최고치이며, 외국산 멸균우유 수입은 '17년 이후 5년 새 9배나 급증했다 합니다. 아프리카나 우리나라나 서민들 삶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도로변을 누비는 아프리카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