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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역비행! 오른쪽 나라를 가려면 먼저 왼쪽으로 가야 하는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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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살아 보니, 아프리카는 살기 힘들고 위험한 곳입니다. 물론 부자 동네 등 일부 지역은 그래도 괜찮습니다만, 전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야 하는 곳입니다. 그중 오늘은 살기 힘든 것 중 하나인 비행기 타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방금 전, 앙골라에서 살고 있는 한국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주 열받는다고요. 아주 열받은 이유는 항공편 취소 때문이랍니다. 항공편 취소가 늘 발생하는 아프리카에서, 그것도 앙골라에 산지 20년이 넘는 친구가 열받는 걸 보면, 비행기 타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열받을 만합니다.
원래 13:30분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가 11시에 조기 출발한다는 통지를 받고, 부랴부랴 공항에 갔는데, 갑자기 13시로 지연되었다 합니다. 여기까지는 뭐 늘 있는 일인데, 13시에 떠날 것처럼 탑승권까지 나눠 주고는 16시가 되어서도 출발을 안 하더랍니다. 또 지연된 거죠. 그러다 갑자기 취소 방송을 했다는 겁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점심도 못 먹고, 소중한 하루를 날려 버린 겁니다. 그것도 일요일을. 
 
잦은 항공편 취소와 함께 저를 힘들게 했던 공항 등등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아프리카의 공항]

요새 새로 지은 아프리카 공항들은 비교적 깨끗하고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규모는 작아도 새 거다 보니 괜찮습니다. 특히, 코트디부아르/가나/토고 등의 공항은 현대적이고 이용객들도 많습니다. 아프리카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에티오피아 공항은 규모도 크고, 하룻밤 묵어 갈 수 있는 부속 호텔 등을 갖춘 대형 공항입니다.

가나 공항. 최근 공항 내 매장에서 가나 초콜릿도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주로 이용했던 나이지리아 국제공항은 최악 중의 최악입니다. 이 공항을 통해 출입국을 할 때마다 매번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우선 공항이 너무 낡았습니다. 천정에서는 비가 새고, 형광등은 여기저기에서 깜빡깜빡...무슨 나이트클럽에 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어느 날은 생선 썩는 냄새도 나고요....

공항에 에어컨도 안 나옵니다. 피곤합니다. 작년에 구공항 옆에 신공항을 오픈했는데, 여전히 Main 터미널은 구공항입니다. 그나마 최근 구공항이 단장을 시작해서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구공항
나이지리아 구공항에서 나오는 길...사자가 튀어나올 듯 합니다.
비가 새는 천정과 빗물 받이

 

 
낙후된 시설만큼 심각한 문제는 난장판 같은 체크인 카운터 상황, 되지도 않는 트집을 걸며 돈을 뜯어 내려는 항공사 직원, 노골적으로 커피 값 등등의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출입국 사무소 직원들입니다.

복잡한 공항 카운터

 
출국할 때마다 거쳐야 하는 단계가 너무 많고, 이들과 실랑이를 해야 합니다. "지금은 현금이 없다, 다음에 줄게" 등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을 보이기도 하고,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한 번은 이런 단계가 몇 번이나 되는지 세어 보니, 7단계를 거쳐야 했습니다. 겨우겨우 지친 몸을 이끌고, 탑승구 앞에 서지만, 또 한숨이 나옵니다. 비행기 타기 바로 직전에 또 짐검사를 합니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면서 짐 속에 있는 물건을 도난당하기도 합니다. 정신없는 혼란을 틈타 훔쳐 가는 거죠. 실제로 제 한국 친구들 가운데 2명이 가방 속에 있던 큰돈을 도난당했습니다.   

짐 검사도 끝나고, 이제 탑승을 하면 되는데, 이때도 참 힘듭니다. 나이지리아 국제공항에는 비즈니스 전용통로가 없습니다. 에어 프랑스 정도나 전용통로를 운영하고, 나머지는 운영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즈니스/이코노미 승객이 한데 엉켜서 탑승해야 합니다. 이코노미 승객들 틈에 끼인 비즈니스 승객이 항의하며 난리 치는 경우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탑승 브리지(Bridge)를 이용하여 바로 탑승할 수 있으면 행복합니다. 활주로에까지 걸어가거나 셔틀을 타고 가서 타야 합니다. 비 오는 날에도 비를 맞고 걸어가야 합니다. 

비즈니스 승객에 대한 우선 배려가 없는 경우, 이런 틈바구니에 끼이게 됨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탑승함


낡은 아프리카 비행기

간신히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면, 이때부터는 불안해집니다. 이 비행기가 제대로 날 수 있을지.... 중국어가 쓰여 있는 중고 비행기들,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 낡은 좌석 등. 비즈니스 좌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탔으니 되었습니다. 이제 가기만 하면 됩니다. 비행 중에 서행을 해서 늦게 도착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 그런데 환승하는 경우, 환승 공항에 제때 도착하고 나서도 연결 편 비행기를 못 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것도 같은 항공사 비행기를 갈아타는 경우에도 벌어집니다. 나이지리아에서 코트디부아르를 거쳐 세네갈에 갈 때 겪은 적이 있습니다.

코트디부아르에 도착해서 세네갈 비행기를 타려 했는데, 비행기가 벌써 떠나 버렸답니다. 예정된 출발시각보다 한 시간이나 먼저 떠나 버린 겁니다. 몇 시간을 기다려 다음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는 설명을 안 해 줍니다.... 


역비행...

아프리카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ASKY 등 소수 항공사들이 허브 공항을 운영하며 아프리카 여기저기를 누비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황당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바로 옆 나라를 갈 때 직항으로 가지 못하고, 허브 공항이 있는 다른 국가를 거쳐 가야 합니다. 이때 역비행이란 걸 해야 하는데, 바로 오른쪽에 있는 나라를 가기 위해 먼저 왼쪽에 있는 허브 공항으로 갔다가 되돌아와야 합니다.  

 
가령, 나이지리아에서 바로 오른쪽에 있는 카메룬을 갈 경우, 직항이 하루에 한 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행기는 신뢰가 좀 덜 가는 비행기라 그나마 괜찮은 비행기를 타고 가려면 아래 지도에서처럼 코트디부아르를 통해 역비행을 해서 가거나, 카메룬 저 오른편에 있는 케냐나 에티오피아까지 갔다가 돌아와야 합니다.

에티오피아를 거치는 경우, 하룻밤 묵어야 할 때가 많은데,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숙소가 편하지 않습니다(비즈니스 숙소는 괜찮습니다^^). 아프리카에서의 항공여행은 이래저래 참 피곤했습니다....

 

역비행(나이지리아에서 카메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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