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나라, "코트디부아르"를 아시나요?
아이보리코스트(Ivory Coast)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코트디부아르(Côte d'Ivoire)는 서아프리카 기니만에 위치해 있는 나라입니다.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했으며, 경제수도 아비장(Abidjan)은 한때 "아프리카의 파리"라고 불렸을 정도로 번영했던 도시입니다. 이후 내전을 겪으며, 지금은 쇠락한 모습입니다만, 그래도 아프리카에서는 선진국 중 하나로 꼽힙니다.
"코트디부아르"로 불러주세요.
정식 국가명은 불어인 코트디부아르입니다만, 영어식 명칭인 아이보리코스트가 더 많이 알려진 것 같습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가 제발 코트디부아르로 불러 달라고 호소하는 지경이니까요.
"상아의 해안"
코트디부아르는 "상아의 해안"이라는 뜻입니다. 15세기 후반부터 이곳을 통해 상아가 유럽으로 흘러나갔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만큼 수많은 코끼리가 학살되고 수탈되었을 것입니다.
당시 기니만 일대에서는 상아 외에도 황금/노예/후추 등이 수탈되어 유럽 등으로 보내졌습니다(지금 기니만은 해적들의 소굴이 되었습니다. 2019년 이후 발생한 전 세계 해적 사건의 31%/224건이 기니만 연안에서 발생).
"카카오"의 나라
코트디부아르의 여러 모습 중에 오늘은 이 나라의 대표 농산물인 카카오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코트디부아르는 세계 1위의 카카오 생산국으로, 점유율이 무려 40%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웃 나라인 가나까지 합치면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70%가 이곳 기니만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 나라에 와서 처음으로 카카오 나무와 열매를 보았는데요,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맛과 이야기가 얽힌 나무입니다. 달콤한 이야기부터 해 보면, 카카오는 초콜릿의 원료입니다. 화려한 원색의 열매가 귀엽게 자랍니다. 그것도 상상하지 못한 위치에서 자랍니다.
익은 열매를 따서 잘라 보니, 그 안에 붉은 콩 같은 씨가 들어 있습니다. 이를 며칠간 자연건조 시켜 보니 까맣게 변해갑니다. 제법 초콜릿 색깔이 나옵니다. 이것을 갈아서 코코아 분말을 만들고, 초콜릿을 만드는 것이죠.
카카오를 보면서 마냥 신기해했었는데, 좀 더 공부해 보니 뒷맛이 씁쓸합니다. 아동납치 및 노동착취의 대표적 과일 중 하나가 카카오입니다. 유럽 초콜릿 회사들이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중남미가 원산지인 카카오를 아프리카에 들여왔다 합니다.
결국 원가절감을 위해 카카오 재배 농민들을 쥐어짜게 되고, 농민들은 돈을 벌지 못하다 보니 저렴한 아동 노동력을 찾게 되는 구조라 합니다. 아이들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납치/인신매매 등의 인권유린이 발생하고 있고요.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대개 12~16세의 어린이들이 동원된다 하는데,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서만 2백만 명 이상의 아동들이 카카오 생산에 동원되고 있고, 이들 대부분이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 합니다.
커피도 그렇고, 초콜릿도 그렇고 괜히 씁쓸한 맛이 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인간은 존엄하나 그 존엄함을 구현하고 향유하는 인간이 얼마나 될까요?
'아프리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르키나파소] 아프리카의 테슬라와 라라키 (1) | 2024.02.12 |
---|---|
[부르키나파소] 인도 위스키를 만나다. (1) | 2024.02.11 |
[부르키나파소] 아프리카의 한국식당, 짜장면을 즐기다. (0) | 2024.02.10 |
[부르키나파소] 총을 든 여인 (0) | 2024.02.09 |
[코트디부아르] 말라리아, 황열병 (2) | 2024.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