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하는 아프리카의 날씨는 일 년 내내 덥고 습하고, 그래서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날씨일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해 본 아프리카의 날씨는 꽤 괜찮았습니다. 오늘은 제가 몇 년간 거주했었던 나이지리아의 날씨와 옷차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나이지리아 기후]
나이지리아는 적도 위에 존재하며 동서남북으로 넓게 퍼져 있어 지역에 따라 기후 차이가 큽니다. 사하라 사막과 가까운 북부 지역은 고온건조한 반면, 적도에 가까운 남부 지역은 열대우림 기후입니다. 중부지방은 열대 사바나 기후인데, 라고스처럼 바닷가에 가까운 곳은 상대적으로 비가 더 자주 오는 편입니다.
나이지리아의 계절은 우기와 건기로 나뉘어집니다. 우기는 대략 3월에서 10월경까지이며, 나머지 기간은 건기인데, 이때는 거의 비가 오지 않습니다. 우기 중에는 소나기성 비가 자주 내리며 매우 습합니다. 비는 주로 밤과 새벽에 내리는데, 무서울 정도로 내립니다. 태풍과 같은 강한 바람과 굵은 비가 몰아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대체로 비가 그쳐 있는데, 이때는 쌀쌀함이 느껴질 정도로 온도가 낮고 생활하기 좋습니다. 물론 낮에는 엄청 덥고 습합니다. 에어컨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고 옷, 이불 등에 곰팡이가 가득 피어납니다....
건기에는 햇빛이 쨍쨍하며 우기에 비해 훨씬 더워집니다. 습도가 낮아 무덥지는 않습니다만, 햇빛이 아주 따갑다 보니 조금만 쐬여도 삼겹살 구이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때는 야외활동이 아주 어렵습니다. 건기 중 12월 정도 되면 사하라 사막에서 모래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때는 하늘과 땅이 뿌옇게 변하는데, 모래가 해를 가리면서 온도가 크게 낮아집니다. 이때가 일 년 중 온도가 가장 낮은 때입니다. 그럼 나이지리아의 연평균 온도는 얼마나 될까요?
나이지리아의 평균온도는 대략 23~34도라 합니다.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운 건 맞습니다. 특별히 더 더운 날도 있고요.
[옷차림]
날씨가 덥다 보니, 여인들의 옷차림이 상당히 단출합니다. 날이 더우니 헐렁한 옷이 유행일 것 같습니다만, 서민들은 대개 몸에 달라붙는 짧은 원피스나 티셔츠, 바지를 입습니다. 치마는 잘 입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재킷 등 겉옷은 입을 일이 없으니 옷에 지출하는 비용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반면, 부자 여성들은 우아하고 긴 원피스 스타일의 치마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치마 길이가 너무 길어서 바닥을 쓸고 다닐 정도입니다. 서민 여성들도 좀 차려입고 가야 하는 모임에 갈 때는 확 달라집니다. 다들 매우 화려하게 꾸미는 모습입니다. 저희 집에서 일하던 아주머니는 집 앞 슈퍼에 갈 때도 변신을 하며 가더군요^^
강렬한 원색
간단한 옷차림이 주류인 나이지리아에서 눈에 띄는 컬러와 디자인을 입은 여인들을 꽤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화하기 쉽지 않은 디자인과 컬러입니다만, 이들은 과감하게 입고 다닙니다. 과감해서 그런지 멋져 보입니다.
전통의상
나이지리아 친구들은 일상생활 중에 전통의상을 꽤 자주 입는 모습이었습니다. 저와 같이 일을 했던 친구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전통의상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불만인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더운 날씨에 맞춰 가볍게 입으면 될 텐데, 왜 이리 덥게 입느냐, 세탁을 자주 안 하다 보니 냄새가 심하다'는 내용입니다(나이지리아 서민들은 여전히 손빨래를 하고, 통돌이 세탁기를 씁니다...).
그럼 나이지리아 전통의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나이지리아에는 무려 371개의 종족이 있다 합니다. 이중 3개 민족이 전체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최대 종족은 하우사(Hausa)로 30% 정도이며, 요루바(Yoruba)와 이보(Igbo)가 각각 15%라 합니다. 각 종족들마다 고유한 전통의상을 갖고 있는데, 한결같이 화려하고 과감한 색깔과 특유의 문양을 자랑합니다. 여기에 모자와 몸에 걸치는 액세서리까지 더해져 화려함을 완성시킵니다.
거리의 재봉사
나이지리아 사람들의 옷차림을 생각하니 이색적인 길거리 풍경이 떠오릅니다. 바로 거리의 재봉사인데요, 재봉틀과 옷 수선 도구를 어깨에 지고 다니는 재봉사들입니다. 하루에 몇 명이나 이용할까 싶은데, 무더위에도 돌아다닙니다(20여 년 전 중국 성도를 여행할 때 보니, 성도 시내 한복판 길거리에 노점 재봉사들이 있었습니다.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길바닥에 옷 수선 도구를 펼쳐 놓고 손님을 맞이하는 수준이었는데, 제가 본 나이지리아 재봉사는 다 남자였습니다).
'아프리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로코] 지네딘 지단의 뿌리, 베르베르(Berber)를 만나다! (11) | 2024.10.03 |
---|---|
더 씁쓸하게 느껴진 아프리카 커피 (16) | 2024.09.17 |
카보 베르데(Cabo Verde), 흑백혼혈의 섬나라 (1) | 2024.08.31 |
국내 언론에 보도 된 나이지리아 친구의 불행 (0) | 2024.08.17 |
나이지리아, 못살겠다 갈아보자! (0) | 2024.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