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부터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간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로켓포 발사 및 드론 공격 등 상호공습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거의 매일 교전이 발생했고, 그 횟수가 총 7,491건이라 합니다. 공습은 헤즈볼라가 먼저 시작했지만, 이스라엘의 공격 횟수가 헤즈볼라의 5배에 이를 정도로 일방적인 공습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양국 간 교전으로 인해 지금까지 수백 명의 사망자와 15만 명가량의 난민이 발생했는데, 레바논에서는 560여 명이 사망했고 9만 명의 실향민이 발생했으며, 이스라엘에서는 50여 명이 사망했고, 6만 명의 실향민이 발생했습니다.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은 주로 국경지대에 집중되었는데, 레바논의 국경 마을 60% 이상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중 "아이타 엘 샤브"와 "블리다" 지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특히 아이타 엘 샤브는 최소 300회 이상의 폭격을 당하였으며, 이로 인해 부서지지 않은 건물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당했습니다.
[동화 속 풍경의 샤크라(Chaqra)]
저는 '21년에 이곳 분쟁지역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곳은 현재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아이타 엘 샤브, 그리고 블리다 부근에 있는 있는 아름다운 소도시 샤크라(Chaqra)입니다. 이곳은 레바논 남부지방에 위치해 있는데, 레바논의 수도인 베이루트에서 120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당시 저는 베이루트에서 샤크라까지 승용차를 이용하였었는데, 오는 내내 보는 즐거움이 상당하였습니다. 제 왼쪽으로는 바위와 녹색의 식물이 어우러진 산비탈이 보였고, 오른쪽으로는 지중해가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바나나 농장도 보였고, 휴게소 비슷한 곳에서는 레바논의 유명한 커피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는지라 방앗간에 들러 보았습니다. 직접 볶아 만들어 주는 커피, 저에겐 즐거운 맛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랍, 튀르키에, 에티오피아 등에서는 우리와 달리 커피 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십니다. 다 마시고 나면 커피 진흙같은 것이 남는데 그 모양을 보고 점을 치기도 한답니다.
샤크라 풍경
샤크라에 도착해 보니, 샤크라는 정겨움이 넘치는 작은 시골 도시였습니다. 평지가 아닌 꽤 높은 언덕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으며, 작은 시내와 목초지, 농경지가 함께 어우러진 있었습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순박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어느 언덕에 서서 저 편을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너무나 가까운, 바로 눈앞에 이스라엘 국경 초소가 보이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국경까지의 거리는 대략 6km 정도인데, 국경 코 앞까지 다가갈 수도 있고 가보았습니다.
제가 가본 곳에는 철책이나 담장 등 별다른 시설이 없었습니다. 초원 한가운데를 그저 선으로 나눠 놓고 니땅내땅 하는 격이었습니다. 현재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아이타 엘 샤브와 블리다는 이곳 샤크라보다 더 국경에 가까운 곳인데, 샤크라에서 두 곳까지의 거리는 불과 5,6km 정도입니다.
언제 폭격을 맞을지 모르는 땅, 샤크라! 하지만 제가 본 샤크라는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었습니다. 서늘하게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5백 년 된 아름드리 올리브 나무, 양 떼와 목동, 그리고 평화로운 양들을 바라보며 풀밭에 앉아 있는 양치기 개 목양견까지. 그야말로 동화 속 한 장면과 같은 풍경을 갖고 있는 땅이었습니다. 전쟁이 너무나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더 평화로운 모습이었습니다.
다시 가 보고 싶은 곳, 샤크라의 풍경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