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콩고] 잔혹한 식민통치와 고디바 초콜릿

미지의 나라로 2024. 6. 3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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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인 콩고 민주 공화국(DRC) 이야기입니다. 콩고 민주 공화국은 아프리카 중서부에 위치해 있으며, 왼쪽으로는 대서양에 접해 있고 내륙 쪽으로는 무려 9개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영토가 넓은 데다, 지리적으로 중앙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구글


그중 콩고 공화국과는 콩고강을 사이에 두고 양 국가의 수도가 마주보고 있을 정도로 가까운데, 콩고 공화국의 수도인 브라자빌(Brazzaville)에서 콩고 민주 공화국의 수도인 킨샤사(Kinshasa)까지 가까운 곳은 겨우 2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이는 바티칸 시티와 로마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수도간 거리가 가까운 경우입니다. 그런데 브라자빌에서 킨샤사를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1991년부터 다리 건설을 추진해 왔습니다만, 아프리카에서는 제때 되는 게 없습니다^^. 

콩고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브라자빌과 킨샤사

 

원시 인류의 기원이라는 콩고강

콩고강은 길이가 4,700km로 나일강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이며, 세계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강입니다. 수심이 가장 깊은 곳은 220m에 달합니다. 발원지는 콩고 민주 공화국을 포함해 4개국에 걸쳐 있는 탕가니카(Tanganyika) 호수인데, 탕가니카 호수는 부피와 깊이에 있어 바이칼 호수 다음으로 큰 담수호입니다. 탕가니카 호수에서 발원한 콩고강은 콩고 민주 공화국을 굽이쳐 흐르며 대서양으로 흘러갑니다. 
 
콩고 민주 공화국의 수도인 킨샤사를 방문했었을 때 한 번은 콩고강이 바로 아래에 있는 호텔에서 묵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의 강폭은 생각보다 많이 좁았고, 우기 때여서 그런지 물빛이 탁하였습니다. 그래서 KBS 다큐멘터리에서 본 콩고강의 위대함은 느끼지 못했었는데요, 언젠가는 콩고강의 진면목을 느껴 보고 싶습니다. 

출처 Economist
킨샤샤 호텔 방에서 찍은 콩고강의 모습. 왼쪽 강 건너 편이 콩고 공화국의 수도 브라자빌입니다.

 
[KBS 다큐멘터리 : 모든 강을 집어 삼키는 강, 콩고강]
이 다큐멘터리는 2011년에 방영된 다큐멘터리인데요, 콩고강의 원시적인 상태와 다양한 동식물, 그리고 인간의 삶을 담고 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이곳 정글에 살던 원시 인류가 정글 밖으로 나오면서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0jKEDuDj8I

 
 

"이런 작자가 인간이라면, 나는 예수 그리스도이다!"

다큐멘터리의 제목처럼 모든 강을 집어 삼킬 정도로 거칠고 깊은 콩고강이지만, 탐욕스러운 유럽 제국주의자들의 발길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콩고 민주 공화국은 프랑스와 영국이 아닌 벨기에의 식민지배를 받았습니다. 벨기에는 다른 유럽 제국주의에 비해 한참 늦게 식민지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벨기에, 정확하게는 당시 국왕이었던 레오폴드 2세의 잔혹한 통치와 수탈은 당시나 지금이나 전 세계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중학생이었을 때 쿤타 킨테의 "뿌리"를 읽으면서 흑인 노예들에 대한 권력자들의 만행에 큰 분노를 느꼈었는데, 이번 글을 쓰면서 그때의 분노를 다시 느꼈습니다. 레오폴드 2세는 사적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천만 명에 가까운 흑인을 장난하듯 죽이고, 사지를 절단하고, 강간했습니다. 이에 당시 덴마크 국왕이었던 크리스티안 10세는 "이런 작자가 인간이라면, 나는 예수 그리스도이다!"라며 레오폴드 2세를 경멸했습니다. 
 
레오폴드 2세는 아프리카 식민지 건설 및 착취를 통해 강대국 반열에 오르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아프리카의 주요 지역은 이미 영국, 프랑스 등이 선점한 상태였으며, 그나마 콩고 지역이 만만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콩고를 손에 넣기로 흉계를 꾸민 그는 흑인을 위한 국가 건설과 콩고 근대화를 약속하며 미국 등 강대국을 속였고, 마침내 1884년 베를린 회담에서 콩고에 대한 지배권을 획득하였습니다. 
 
그는 1885년 "콩고 자유 국가"(Congo Free State)를 설립하였는데, 이는 벨기에 국가 소유가 아닌 그의 사유지였습니다. 그는 군대와 흑인 부역자들을 활용해 콩고를 철저히 유린하고 수탈하였으며, 죽기 직전인 1908년 국가에 양도하였습니다. 이로써 콩고는 벨기에의 식민지 신세가 되었으며, 1960년이 되어서야 자유 독립국가가 되었습니다. 
 
레오폴드 2세의 잔혹한 통치와 대학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 바로 아래 사진입니다. 영국인 선교사 앨리스 해리스(Alice Seeley Harris)가 1904년에 찍은 사진으로 은살라(Nsala)라고 하는 남자가 물끄러미 무엇인가를 바라보는 사진입니다. 잘린 손목과 발목, 그것은 그의 다섯 살짜리 딸의 것입니다! 할당된 양의 고무를 채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벨기에 감독관은 은살라 딸의 손목과 발목을 잘랐으며, 그의 딸을 죽였고, 그의 아내를 죽였습니다. 사진 속의 은살라 역시 왼쪽 팔이 잘려나간 모양입니다. 당시 지배자들은 흑인들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손목을 잘랐고, 또 달성하지 못하면 팔을 잘랐고, 또 달성하지 못하면 목을 잘랐습니다.   

은살라 본인도, 그 오른쪽에 있는 흑인도 왼팔이 잘려져 있습니다. 잔인하게 당하는 것이 일상화되어서 그런지 이들에게서는 슬픔도 분노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레오폴드 2세는 상아, 고무, 카카오 등 콩고의 자원을 닥치는 대로 수탈해 갔으며, 이를 통해 온갖 향략을 즐겼습니다. 그는 초콜릿을 특히 좋아하여 콩고로부터 질 좋은 카카오를 닥치는 대로 수탈하였고, 하루에 핫초코를 1.6리터나 마셨다 합니다. 오늘날 벨기에 초콜릿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된 배후에 이 자가 있는 것입니다. 그의 인간답지 못한 삶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namu.wiki/w/%EB%A0%88%EC%98%A4%ED%8F%B4%EB%93%9C%202%EC%84%B8

 

레오폴드 2세

이 자가 인간이라면 난 예수 그리스도 다. 크리스티안 10세 의 비판. 벨기에 의 2대 국왕. 콩고 식민지 에서

namu.wiki

 
 
2020년 6월, 콩고 민주 공화국 독립 60주년을 맞아 벨기에의 필리프 국왕은 과거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습니다. 하지만, 브뤼셀 여기저기에 세워져 있는 레오폴드 2세의 동상은 다 철거가 되었는지....레오폴드 2세가 약탈하여 세운 건축물이 브뤼셀의 명소가 되어 있고, 그를 지지하고 기리는 일부 벨기에인들이 여전히 힘을 쓰고 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콩고 민주 공화국의 처참한 식민역사를 접하면서 여전히 친일파들이 활개 치는 우리의 현실이 떠오릅니다.  
 

2015년 벨기에 정부가 레오폴드 2세를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하려 하자,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레오폴드 2세의 동상을 훼손하는 모습. 출처 the Bulletin 60 years

 

2020년 콩고 독립 60주년을 맞아 시위대에 의해 훼손된 레오폴드 2세의 동상

 
레오폴드 2세의 잔인한 학정에서 벗어나 독립을 쟁취한 민주 콩고 공화국, 이후 그들은 과연 어떠한 나라를 만들어 왔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독립 후의 모습과 저의 킨샤사 방문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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